이튿날 일정은 불국사 견학입니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다녀온 이후 처음 방문하는 거라 만감이 교차합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습니다.

우선 식사 겸 해장을 해야 하므로 식당을 찾았습니다. 맛집이라더니 대기 시간이 상당합니다.

반찬이 정갈하긴 한데 간이 좀 세네요. 아내가 좋아하는 간장게장이 먼저 나와 입맛을 돋워 줍니다.

주력이 순두부인데 오징어볶음이 미쳤습니다. 여태까지 먹어본 것 중에 최고라고 할만 합니다. 공깃밥이 무한리필되어 두 그릇 뚝딱 해치웠습니다.

토함산 불국사. 실로 오랜만에 찾았습니다.

명절 연휴를 맞아 방문객들이 정말 많습니다.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렀으나 석가탑과 다보탑은 그 때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군요.




"거대한 십 원짜리를 보는 것 같았어요."라고 했다는 우스개소리가 떠올라서 혼자 피식하며 옛날 생각에 잠시 젖어듭니다.


극락전의 복돼지를 쓰다듬으며 우리 식구들의 건강과 행운과 우주평화를 빌어봅니다.



석굴암에도 가볼까 하다가 걸을만큼 걸었고 볼만큼 봤다고 생각해 불국사 구경으로 마무리하고 두 번째 숙소에 가서 짐을 풀기로 합니다.

경주가 바다에 면해 있다고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는데 감포 해변을 보니 무지함이 부끄러워집니다.


바다 바로 앞 수영장을 갖춘 숙소인데 날씨가 애매해서 역시 이번에도 수영복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거대한 선박을 형상화한 건물에 거대한 투썸플레이스가 자리해 눈길을 끕니다. 당연히 들어가 봐야겠지요.


카페테라스에서 바다를 보며 휴식을 취하다 보니 하늘이 점점 어두워집니다.

카페 지하에 놀라운 광경이 있다고 하여 내려가 보니 사방 벽이 수족관입니다. 그런데 물고기가 관상용이라기보다는 횟감처럼 보이는 것들이라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ㅋㅋㅋ

금세 날이 저물어 저녁메뉴로 정한 횟감을 뜨러 숙소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수협직판장으로 갑니다.

비슷비슷한 매장들 중에 한 곳을 골라 광어, 도다리, 가자미로 구성된 모듬회를 주문했습니다.

도다리와 가자미는 세꼬시로 먹으니 잘게 썬다지만 광어는 영 어설프게 회를 떠서 이도저도 아닌 게 아쉽습니다. 해삼과 멍게는 서비스.

냥이가 출몰했으므로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

바닷가에서 해산물을 안주 삼아 술 한 잔씩 하니 이게 바로 여행의 즐거움입니다.

깊어가는 밤 바다를 감상하며 둘째 날도 마무리합니다.
※ 그러나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조심스럽긴 한 얘기지만 활어회가 잘못된 것인지 저와 아내는 밤새 토하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꼴딱 샜습니다. 평생 해산물을 먹고 나서 이토록 고생해 본 적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식중독에 제대로 걸렸던 모양입니다. 휴일이라 이 근방에서는 약국도 병원도 문 연 곳을 찾을 수 없어 너무 힘들었습니다. 딸아이는 멀쩡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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