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철학자 제논(BC 490?~BC 430?)은 그 당시 반박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역설을 내놓아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의 논증 중 어느 부분이 잘못된 것인지 반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제논이 내놓은 역설 중 유명한 역설 3가지를 소개하니 읽어 보고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생각해 보자. 참고로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우는 무한의 개념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
(1) 아무리 빨라도 따라잡을 수 없는 거북 – 아킬레우스와 거북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킬레우스가 거북의 10m 뒤에서 거북의 10배의 속력으로 달리기를 하고 있다고 하자. 그럼 아킬레우스가 10m를 갈 때, 거북은 11m 위치에 있을 것이고, 다음번에 아킬레우스가 11.1m 위치에 있을 때 거북은 11.111m 위치에 있을 것이다. 이렇게 계속 시간이 흐르게 되면 제 아무리 아킬레우스가 거북보다 10배 빠르게 움직이더라도 거북은 항상 아킬레우스의 앞에 있으므로 아킬레우스는 영원히 거북을 따라잡을 수 없다.
(2) 화살 역설 – 날고 있는 화살은 날고 있지 않다.
화살이 날아가고 있다고 가정할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화살은 어느 일정한 점을 지날 것이다. 마치 사진기로 날아가는 화살의 한 순간을 찍듯이 극히 짧은 한 순간 동안이라면 화살은 어떤 한 지점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고 그 바로 다음 순간에도 화살은 어느 점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화살은 항상 어느 점에 머물러 있으므로 사실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3) 이분 역설 – 물체는 절대 이동할 수 없다.
어떤 물체가 A에서 B로 이동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A에서 B로 가기 위해서는 그 중간 지점인 C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A에서 C로 가려면 그 중간 지점인 D를 통과해야 한다. 이렇게 계속 반복하다 보면 A와 B 사이의 거리가 아무리 짧다 해도 A에서 B로 가려면 무한히 많은 점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이 물체는 결국 A에서 B로 이동할 수 없다.
언뜻 보면 사실처럼 느껴지지만 제논의 역설은 당연히 옳은 것이 아니다.
첫 번째 역설을 반박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간을 재는 것이다. 사실 달리기 경주를 하는 것이니까 기록을 재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 본다.
아킬레우스가 처음 10m를 따라잡을 때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일까? 아킬레우스가 달리는 속도를 알 수는 없지만 편의상 10초가 걸렸다고 하자. 이제 그 다음 1m를 따라잡는데 걸리는 시간은 1초일 것이고, 그 다음 0.1m를 따라잡는데 걸린 시간은 0.1초일 것이다.
따라서 제논이 말한 이야기에서 걸린 시간을 전부 더하면 다음과 같다.
10+1+0.1+0.01+…=11.111…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11.111…은 한없이 커지는 수가 아닌 한낱 유한한 수인 순환소수라는 것이다. 이 순환소수를 분수로 나타내면 100/9가 되어 거북은 단지 아킬레우스보다 100/9초 동안 앞서 있다가 100/9초가 지난 후부터는 역전되어 뒤에 있게 된다.
결국 제논은 아무리 길게 봐도 12초도 넘지 않는 사이에 일어난 일을 아무런 정당화 없이 ‘영원히’라고 말한 셈이다.
* 제논의 역설은 시간 개념을 도입하면 깨지게 된다.
시간은 무한대가 아니기 때문에 역설에서처럼 구간을 아무리 잘게 쪼개더라도 구간마다 걸리는 시간이 일정한 것이 아니라 구간이 짧으면 그만큼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므로 둘 사이의 거리는 점점 짧아지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아킬레우스가 거북을 앞지르고, 화살은 제대로 날 수 있으며, 물체는 이동할 수 있게 된다.
- 발췌 및 수정 : 《숨마쿰라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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