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방진(魔方陣)은 지금으로부터 4,200년 전 중국 하(夏)나라의 우왕(禹王) 시대의 전설에서 탄생됐다. 우왕은 잦은 홍수로 황하(黃河)가 범람할 때마다 황하의 지류인 낙수(洛水)도 함께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해에 강의 한가운데서 큰 거북이 나타나서 잡았는데, 이 거북의 등에 신비한 점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이상하게 여긴 우왕이 이 거북의 등에 새겨진 무늬에 대해 알아보게 하였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 무늬를 하늘이 보내준 것으로 믿고 귀하게 여겨 '낙수에서 얻은 글'이라는 뜻으로 '낙서(洛書)'라고 이름 지었다.
거북의 등에 새겨진 그림은 1부터 9까지의 자연수를 점의 개수로 나타낸 것이고 가로, 세로, 대각선 각각의 숫자의 합이 모두 15이다. 이 수표는 네 구석, 즉 '방형(方形)으로 숫자가 진을 치고 있다'는 뜻으로 '방진(方陣)'이라 불렸으며 이후 유럽으로 건너가서 마방진이란 이름으로 알려졌다.
마방진은 1부터
까지의 연속된 자연수를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같아지도록 정사각형 모양(n×n 행렬)으로 배열한 것이다. '마술적인 정사각형 숫자 배열'이라는 뜻으로, '마법진(魔法陣)'이라고도 한다.
정사각형의 한 변에 배열된 수의 개수에 따라서 3차 마방진, 4차 마방진, … 등이라 부른다. 이때의 합은 3차 마방진에서는 15, 4차 마방진에서는 34, 5차 마방진에서는 65가 되며, n차 마방진에서는
이 된다.
옛날 사람들은 3차 마방진은 토성, 4차 마방진은 목성, 5차 마방진은 화성, 6차 마방진은 태양, 7차 마방진은 금성, 8차 마방진은 수성, 9차 마방진은 달과 연결시켰다.
· 1에서 9까지의 수로 3차 마방진 만들기
빈 칸이 9개 있는 정사각형을 만들고,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히 1부터 9까지의 수를 차례로 써 넣은 다음 아래의 그림과 같이 위치를 바꾸어 주면 완성된다. 3차 마방진은 이것이 유일한 해이다.
· 일반적인 홀수차 마방진 만들기
① 첫 행(맨 윗줄) 중앙에 1을 쓴다.
② 오른쪽 위의 대각선 방향으로 2, 3, 4,…,까지 차례로 써 나간다. 이 때,
③ 수를 쓸 자리가 위쪽 밖으로 나가버리면 그 수를 쓸 자리의 열의 맨 아래 칸에 쓴다.
④ 수를 쓸 자리가 오른쪽 밖으로 나가버리면 그 수를 쓸 행의 왼쪽 끝 칸에 쓴다.
⑤ 오른쪽 위에 쓸 자리에 이미 숫자가 들어 있거나 오른쪽 위의 구석에 왔을 때는 올라가지 말고 바로 아래로 내려가서 쓴다.
· 짝수차 마방진을 만드는 일반적인 규칙은 없으나 1에서 16까지의 수로 4차 마방진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먼저 아래의 표와 같이 1~16까지를 차례로 써넣는다.
② 대각선을 그어 대각선 위에 있는 수를 표의 중심에 대하여 점대칭의 위치에 있는 것끼리 바꾸어 놓는다.
마방진과 약간 다르게, 정사각형 안에 n개의 숫자나 문자 또는 도형을 n차 정사각행렬(또는 정사각형 격자)의 각 행과 열에 겹치지 않고, 단 한 번씩만 나타나도록 배열한 것을 n차 '라틴방진(Latin square)'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이 라틴방진이다.
라틴방진이란 이름은 스위스의 수학자 오일러(Euler, L. ; 1707~1783)가 붙였는데, 빈칸에 채우는 문자가 라틴어 문자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당시에 이와 같은 방진 문제를 푸는 것이 유행이었으며, 수학자들도 라틴방진의 풀이 방법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였다.
행렬 연구에 크게 기여한 영국의 케일리(Cayley, A. ; 1821~1895)도 라틴방진의 연구를 통하여 수학의 발전에 기여하였으며, 같은 시기에 영국의 통계학자인 피셔(Fisher, R. A. ; 1890~1962)는 라틴방진의 연구를 기초로 하여 실험통계학 분야의 발전에 큰 업적을 남겼다.
그 후 세월이 흐르면서 라틴방진의 모양과 규칙이 조금씩 바뀌면서 다양한 방진 문제가 퍼즐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잘 알려진 '스도쿠(數獨, Sudoku)'는 라틴방진의 특수한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진 연구가 있었는데, 획기적인 공헌을 한 사람은 조선 후기 유학자이자 수학자인 최석정(崔錫鼎, 호는 명곡(明谷) ; 1646~1715)이었다. 조선시대 최고의 수학책으로 불리는 <구수략(九數略)>을 썼으며 조선 숙종 때 영의정을 8차례나 지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신동으로 알려졌고 수학과 과학에 특히 재능이 있어서 1687년에는 조선 시대 천문 시계인 혼천의(渾天儀)의 개조를 담당하기도 하였다. 정치적으로는 한때 소론(少論)의 우두머리였으며, 1701년(숙종 27년) 영의정으로서 왕세자 보호를 위해 장희빈(張禧嬪)의 처형을 반대하다 유배되기도 하였으나 곧 복직되었다.
그의 책 <구수략>에는 3차에서부터 10차까지의 마방진이 서술되어 있는데, 특히 자신이 고안한 9차 마방진은 수학적 탁견을 보여준다. 이 마방진은 9행 9열 대각선의 합이 369로 같음은 물론 이를 이루는 9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9개의 작은 셀(cell)이 다시 마방진을 이루는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다. 그의 수학에 대한 이해와 독창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최석정은 그의 책에서 9차 마방진을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구구모수변궁양도(九九母數變宮陽圖)'와 '구구모수변궁음도(九九母數變宮陰圖)'라고 하는 두 개의 직교 라틴방진을 제시했다.
이름 그대로 이 직교 라틴방진을 '어머니 숫자(모수)'로 해서 각 순서쌍을 변화시키면(변궁) 마방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책에서 "이들은 (내가) 새로 만든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어 그의 수학실력에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의 직교 라틴방진은 오일러보다 앞서는 것으로 인정받아서 2007년에 출판된 <조합론 디자인 편람(Handbook of Combinatorial Designs)>에 소개되었다.
<구수략>에는 특히 최석정 자신이 고안한 '지수귀문도(地數龜文圖, Hexagonal tortoise problem)'라는 마방진이 나온다.
이것은 9개의 육각형이 연결돼 있고 육각형의 꼭짓점에 1에서 30까지의 수를 중복되지 않게 배열한 다음, 각각의 6각형의 수를 모두 합하면 93이 되는 마방진이다. 꼭짓점의 수들을 다르게 배열하면 93이 아닌 다른 총합이 나오게 할 수도 있으며 현재 그 합은 77부터 109까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지수귀문도는 전체적으로 모양이 거북의 등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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