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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체조수학

문제풀이와 증명의 통쾌함과 즐거움

by mathpark 2014. 2. 11.

 

◆ '불가능함'과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데에 순수 수학은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예컨대 "√2는 유리수가 아니다"라는 명제가 있지요. '유리수 표현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문제인데, 이런 부정적인(negative) 결과는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현실에선 쓸모가 없지만 수학자한테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실 고대 그리스 수학에서 성취한 가장 중요한 명제를 꼽으라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수학에서 '불가능함', '존재하지 않음' 같은 부정적인 논증은 훨씬 더 큰 깊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 증명 과정에서 수학자들은 어떤 통쾌함을 느낍니다. 무엇이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 결국엔 그런 전제가 모순임을 보임으로써 결국에 존재하지 않음이나 불가능성을 증명해내면, 마치 지저분한 것들을 다 잡아 없애고 모든 것을 깨끗하고 말끔하게 정리한 느낌을 얻곤 하지요. '우아함'(elegance) 같은 느낌이랄까. 거기에서 어떤 아름다움을 느끼는 겁니다. 사실 '없음'보다 더 큰 아름다움은 없지 않나요?

 

◆ 증명되지 않은 명제는 수학자들한테 참을 수 없게 하는 존재입니다.

 

◆ 많은 경우 이런 증명의 '과정'에서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수학적 대상 사이의 놀라운 '관계'가 발견되곤 합니다. 증명하는 과정에서 그 안에 아름다움, 어떤 질서가 숨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지요. 그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 정량화 평가에서 독창성(originality)을 평가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논문 수나 인용횟수로는 도저히 측정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당시에 유행하는 주제를 다루면 논문은 더 많이 인용될 수 있습니다. 인기가 없더라도 자기만의 길을 걷는 사람은 독창적이지만 많이 인용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학계에선 아주 상위그룹을 평가할 때에는 인용횟수를 그리 중시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 능수능란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기보다는 문제 풀이에 골몰하면서 능수능란해진다고 생각합니다.

 

◆ 문제 푸는 것은 아주 잘하는데 설명을 설득력 있게 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는데, 수학 공부만 하지 말고 소설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수학은 논리로 짜 맞추는 것이지만 그 안에 스토리가 있고 스토리의 흐름, 의식의 흐름이 있습니다.

 

◆ 과학에서는 결과만 알아도 어느 정도 충분한데, 수학은 결과만 아는 것은 본질과 거리가 멉니다. 생각하고 따지고 논증하는 과정을 따라가야 합니다.

 

◆ 초중고에서 선행학습을 많이들 하는데, 수학자들이 보기에는 왜 저러나 싶기도 해요. 수학에서는 논리를 배우는 게 중요한데 문제 풀이의 패턴을 익히는 데 열중하는 것 같습니다.

 

◆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다수의 초청강연자가 티셔츠에 허름한 차림으로 강연할 것입니다. 수학자들은 대부분 격식을 안 차리고 자유분방하지요. 그런 겉치레보다는 아이디어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런 수학의 세계, 수학자의 세계에 빠져들 만합니다.

 

 

-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

 

 

>> 원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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