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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찍어볼까

2023 새해맞이 여행 #03

by mathpark 2023. 1. 14.

 

여행의 시간은 왜 이다지도 빨리 흐르는 걸까요. 벌써 3일째 아침을 맞습니다.

 

펜션에서 나와 '달마산'으로 향합니다. '미황사'도 둘러보고 싶었지만 다음 목적지로 가는 일정이 만만치가 않아 '도솔암'만 방문하기로 합니다.

 

절경입니다. 해발 489m밖에 되지 않지만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등산에 젬병인 저로서는 입구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갈 수 있는 게 천만다행입니다.

 

이정표를 보고 800m 정도를 걷다 보면 도솔암이 빼꼼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계단이 없는 완만한 산길이라 어제 땅끝탑을 오고 갔던 길보다 오히려 훨씬 수월합니다.

 

기암괴석의 웅장함이 넋을 잃게 만듭니다. 호남의 금강산이라는 칭호가 이보다 더 어울릴 수는 없는 듯합니다. 도솔암에 올라 아래를 보니 또 하나의 작은 전각이 보입니다.

 

'삼성각'입니다.

 

삼성각에서 올려다보는 도솔암의 모습이 또한 아름답습니다.

 

청명한 날씨였다면 바다와 어우러진 섬들의 실루엣도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나 아쉽습니다. 다시 한번 꼭 방문하고 싶은 곳입니다. 가을이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솔암의 절경에 취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차를 달립니다. 조금 무리한 일정이지만 대구로 가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딸아이의 오래된 버킷리스트를 체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해남에서 대구까지 이토록 멀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늦은 오후였으나 이미 만석이라 웨이팅만 1시간.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사악합니다. 생고기, 소위 뭉티기를 하나 주문하면 오드레기(소의 혈관)는 반만 주문할 수 있습니다.

 

도축한 지 24시간 이내의 우둔 부위라 쫀쫀함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해물찜이나 아귀찜에 곁들여지는 그 콩나물이 밑반찬으로 나오는 것도 이색적입니다.

솔직히 보통의 육사시미와 맛의 차이를 그다지 크게 못 느끼겠는데 양념장이 미쳤습니다. 이건 뭐 아무거나 찍어먹어도 환장할 맛입니다.

 

오드레기는 양지와 함께 구워져 나오는데 반만 주문한 걸 바로 후회하게 하는 맛입니다. 불향도 진하고 전혀 질기지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뭉티기보다 오드레기가 훨씬 좋았습니다. 운전을 계속해야 해서 금복주를 못 먹은 건 매우 안 좋았습니다.

 

 

 

해남에서 조금만 더 늦게 출발했다면 하마터면 못 먹을 뻔했습니다. 슬아슬아.

 

대구에서 하룻밤 묵을 곳은 '2월 호텔 앞산점'입니다. 그냥 조금 큰 모텔입니다. 사장님의 친절함에 비해 시설이나 편의성은 다소 아쉽습니다.

 

호텔에서 가까운 거리에 '안지랑 곱창골목'이 있으니 저녁은 걱정이 없습니다.

 

주초 평일이라 사람들이 별로 안 보였으나 호텔 사장님이 추천해 줘서 찾아간 가게는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음료수도 서비스로 주셔서 고맙습니다.

 

막창과 염통과 곱창 3인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왕거미 식당'에 비하면 가격이 몹시 착합니다. 기분 탓일까요, 난생처음 대구를 방문하여 바로 그 본 고장에서 먹는 막창 맛이 일품입니다. 막창을 줄곧 거부하던 아들 녀석도 맛있다고 합니다. 염통도 뭔가 다릅니다.

 

곱창 역시 잡내 하나도 없이 맛있었고 달걀찜은 별로였고 ㅋㅋㅋ 3인 세트 다 먹고 아쉬워서 막창 1인분 더 먹었습니다. 대구 막창은 대구에서 먹어야 하는 게 진리인가 봅니다.

 

숙소로 돌아가면서 잠시 멈춰 주머니에 있던 천 원짜리 한 장 줬을 뿐인데 단번에 대박!!!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체크아웃 후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에 찾아갔습니다. 대구에 처음 왔으니 83타워, 계산성당, 팔공산, 서문시장, 스파크랜드, ... 등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누적된 피로와 빠듯한 일정 때문에 모두 생략하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대학 다닐 때 축제에 초대가수로 온 그의 노래를 손 닿을만한 거리에서 눈물콧물과 함께 듣고 악수까지 나눈 기억이 있는데 감개가 그야말로 무량합니다. 

 

원래 계획은 점심을 이 집에서 먹으려고 했던 것인데 아뿔싸 휴무일입니다. 망했습니다. 근처 다른 집들도 어중간한 시간이라 문을 열기 전이거나 휴무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발품을 팔 수밖에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대로변에서 간판만 보고 무작정 들어간 집이 이번에도 꽤 그럴싸했습니다. 다행입니다. 밀면 대신 국밥이라니.

 

집으로 출발하기 직전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카페인을 보충하러 근처 카페에 들어갑니다.

 

바로 옆에 투썸플레이스가 있었는데 이곳으로 들어오길 잘했습니다. 2층 창가 쪽에서 여유롭게 한 잔.

 

알고 보니 에그타르트 맛집이었네요. 6개짜리 선물 포장해 올 걸 뒤늦은 후회 중입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으니 새해에는 산뜻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길 기원합니다.

 

마침내, 집에 도착.

내내 혼자 운전해서 더 그런지 1181km의 주행 거리가 꽤나 길었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은 지금 돌이켜보면 아니, 나중에 반추해 보더라도 여행의 길은 언제나 짧았었다고 느껴지겠지요.

2023 계묘년, 새로 시작하는 모든 일들이 술술 풀리고 언제라도 훌훌 떠날 수 있는 여유가 좀 더 담보되는 기회의 해가 되길 바랍니다. 모두에게 건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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