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교황이 개인적인 여행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뉴욕의 케네디 공항에 내렸다. 수하물 찾는 곳에 손으로 "교황"이라고 쓴 팻말을 든 리무진 기사가 그를 마중하러 나와 있었다.
짐을 모두 차에 옮겨 실었는데도 교황은 차에 오르지 않고 인도에 계속 서 있었다.
"교황님, 왜 그러고 계십니까?"
인도 억양이 섞인 영어로 리무진 기사가 말했다.
"왜 여태 제 편안한 리무진에 드시지 않았습니까? 어서 타시지요."
"솔직히 말해도 될까요?"
교황이 대답했다.
"바티칸에서는 아무도 내가 운전을 하게 놔두지를 않아요. 그런데 나는 너무나 직접 운전을 해보고 싶거든요."
"안 될 말씀입니다. 그건 규칙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인도 출신의 기사는 괜히 고향을 떠나와서 별 이상한 경우를 다 겪는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순간 교황이 말했다.
"사례는 충분히 해드리리다."
운전기사는 잠시 주저하다가 결국 교황에게 운전대를 넘겨주고 뒷좌석에 앉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는 자신의 결정에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황이 공항을 벗어나기가 무섭게 시속 160km로 밟아대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빨리 달리시면 안 됩니다, 교황님!"
기사가 혼비백산하여 말렸지만, 교황은 부서져라 가속 페달을 밟아댔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뒤에서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었다.
"이런, 맙소사! 내 운전면허도 당장 취소되고 말겠군!"
뒷좌석에 앉은 기사가 계속 한탄을 늘어놓는 동안 교황은 차를 세웠다. 경찰이 다가오자 교황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유리창을 내리고 경찰관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자동차 안을 들여다보던 경찰은 자신의 오토바이로 되돌아가서 무전기로 본부에 연락을 했다.
"무조건 경찰청장과 해야 될 얘기입니다. 당장 바꿔주세요."
경찰은 경찰청장에게 제한속도를 무시하고 달리는 리무진 한 대를 세워놓았다고 보고했다.
"그럼 당장 체포하면 되지, 왜 나한테 연락을 한 건가?"
경찰청장이 물었다.
"그런데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이 아무래도 거물 같습니다."
경찰이 대답했다.
"그럴수록 더 체포를 해야 공정한 거 아닌가."
무전기 너머로 경찰청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게 아닙니다, 청장님. 지금 그냥 거물 정도를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경찰이 대답했다.
"자네 지금 대체 그 차에 누가 탔다는 거야? 시장? 아니면 주지사라도 돼?"
"더 굉장한 인물인 것 같습니다."
"아 그러니까 대체 누구냐고?"
"누구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경찰이 대답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교황을 운전기사로 부릴 만한 인물이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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