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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서남주자

소이향초 만들기

by mathpark 2013. 7. 16.

 

밤마다 모기가 기승을 부려 온 집안의 창문 틈새와 방충망의 이상 여부를 확인해 보았으나 별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아마도 저희집이 1층이라 로비에 대기하고 있던 모기 군단이 현관문을 열 때 잠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모기를 쫒는 여러 가지 방법들 중에 향초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인터넷으로 사려고 보니 가격이 정말 후덜덜하더군요. 웃기는 것은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에 하나가 컨테이너(초를 담아두는 용기)라는 것. 재료만 확보된다면 직접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아보여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파라핀왁스보다 소이왁스(콩에서 추출한 천연왁스)가 무해하고 다루기도 편하고 오래간다고 하는데 당연히 가격은 파라핀보다 비쌉니다.

에센셜오일은 모기에 특효라는 '시트로넬라'로 결정. 원래는 시트로넬라 70%와 레몬그라스 30%를 섞으려 했으나 역시 가격이 장난 아니어서 포기했습니다. 브랜드도 다양한데 프랑스산 최상급 오일인 '르샤트라'는 정말 터무니 없이 바싸더군요.

심지의 경우 보통의 면심지보다 우드심지가 독특하고 소리도 난다고 하여 호기심에 주문해봤습니다. 심지 가격치곤 역시 꽤 비싸죠.

여기에 염료를 추가하면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는데 선물할 것도 아니고 어차피 집에서 쓸거니 패스~ 그냥 소이왁스의 하얀색 그 자체가 더욱 깔끔할 것 같기도 합니다.

 

 

 

 

 

재료 도착. 어디서 주문했는지는 사진을 잘 째려보면 알 수 있을겁니다. ^^;

 

 

 

 

소위 우드윅 심지라고 불리우는 우드심지입니다. 심지 받침대도 기본으로 제공되는군요. 굳이 없어도 만드는데 지장은 없습니다.

 

 

 

 

심지 받침이 없어도 이렇게 나무젓가락을 이용하면 잘 세울 수 있지요. 이건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한거고 저희는 그냥 양면테이프로 고정시키기로 했습니다. 저 병들은 쓰레기 분리수거함에서 주워와서 씻은 것들입니다. 플라스틱은 안되고 유리나 캔 종류면 괜찮습니다. 잼이나 젓갈, 양념 병이 크기도 모양도 딱 알맞더군요. 처음에 언급했지만 시중에 파는 향초들은 컨테이너라고 불리는 저 병 값이 가격을 좌우합니다. 물론 선물할거면 예쁜 병이 필요하겠지만 말이죠.

 

 

 

 

그래도 보다못한 아내가 장식장에서 몇 개의 화사한 용기를 꺼내다 줍니다. 아이들과 함께 양면테이프를 이용하여 심지 세우기에 몰입합니다. 양면테이프 뿐만 아니라 글루건, 촛농, ... 아무거로나 고정만 해두면 됩니다. 아까처럼 나무젓가락만 이용해도 잘 세울 수 있습니다. 

 

 

 

 

식구들이 심지를 세우고 있는 동안 저는 왁스를 녹이기 시작합니다. 계량저울도 필요하고, 온도계도 필요하고, 스테인리스 용기도 필요하다고 하나 몽땅 생략하고 오로지 감으로만 도전해 보기로 합니다. 그냥 집에서 쓰던 것들을 활용했습니다. 검색해 보니 어떤 분은 중탕용 용기 대신 우유팩을 이용하신 분도 있고,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전자렌지용 용기에 담아 전자렌지로 녹이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굳이 형식에 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적정한 온도로 잘 녹이면 됩니다.

 

 

 

 

왁스를 다 녹인 후에는 실온에 두고 어느 정도 식혀줘야 합니다. 너무 뜨거울 때 에센셜오일을 넣으면 향이 날아간다고 합니다. 대략 60~75도 정도에 넣어줘야 한다는데 여기에서 온도계가 필요하지만 손으로 만져보며 대충 감으로 때려잡고 사정없이 오일을 투하합니다. 오일의 양은 왁스 대비 5~10%를 넣어주면 됩니다. 제가 녹인 왁스의 양이 약 500g 정도이고 오일이 50ml 용량인데 저는 좀 진하게 만들려고 40ml 정도를 넣어주었습니다.

 

 

 

 

이제 준비한 용기에 붓고 굳기를 기다립니다. 

 

 

 

 

왁스도 반이 남았고 용기도 남아서 이왕 만드는 김에 몽땅 녹이기로 합니다. 오일이 부족하므로 병 두 개에 아까 남은 10ml를 나누어 넣고 나머지는 무향으로 만들어 화장실에 비치할 계획입니다. 양초 자체가 습기제거와 탈취효과도 있다고 했으니까요.

 

 

 

 

먼저 부어뒀던 용기의 초가 벌써 이만큼 굳어가고 있습니다. 점점 하얗게 변하는 것이 참 예쁘네요. ^^

 

 

 

 

먼저 부은 것들에 질세라 나중에 부은 것들도 점점 색이 변해갑니다.

 

 

 

 

12시간 이상 충분히 굳혀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드디어 완성~ 우드윅 심지는 3mm 정도로 절단하는 것이 알맞다고 하는데 나중에 보니 차라리 5mm 쯤으로 좀더 길게 잘라서 첫 점화로 충분히 초를 녹인 후 남은 심지를 정리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따가 다시 정리하기로 하고. 아무튼 그냥 가위로 잘라도 되고 니퍼를 이용하면 좀더 깔끔하고 심지어 손톱깎이로 잘라내도 됩니다.

 

 

 

 

밑에서 본 모습입니다. 심지 받침이 잘 밀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받침이 없어도 상관 없다는 것 아까 말씀드렸죠? ^^;

 

 

 

 

나중에 만들어 굳은 것들도 심지를 정리하고 남은 심지는 다음에 쓰기 위해 소중히 보관. 워낙 비싼거니 자투리도 함부로 버릴 수 없습니다.

 

 

 

 

첫 점화. 아, 제가 처음으로 만들어 본거지만 아름답지 않습니까? 우드윅 심지가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소리도 나고 시트로넬라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만들고 나서 보니 모기퇴치를 위한 초라기보다 그냥 로맨틱 무드 양초 같습니다. ㅋㅋㅋㅋ

 

 

이상으로 소이향초 만들기 첫 도전기를 마치고 만들면서, 또 만들고 나서 터득한 몇 가지 팁을 소개하겠습니다. 두서가 없을 수 있지만 소중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니 잘 참고하세요. ^^;

 

 

 

° 소이왁스 : 상당히 무르고 녹는점이 낮으므로 너무 오래 녹이면 안되고 약한 불로 중탕해야 한다. 물에도 잘 씻겨내려가므로 초를 다 만든 후 용기는 세제를 이용해 설거지하듯이 닦으면 파라핀왁스와 달리 깔끔하게 닦인다. 심지어 그냥 그 용기에 평소처럼 요리를 해먹어도 된다. 콩이니까!
° 에센셜오일 : 만들고나서 보니 왁스 대비 소량만 넣어도 충분하다. 5%만 넣어도 될 뻔 했음. 검색해보고 몇 가지 오일을 섞어서 넣는 것도 좋을듯함. 시트로넬라 단일 향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므로.
° 우드윅심지 : 타닥타닥 타는 소리가 난다는 것은 조금 과장된 것이고 아주 조용할 때 '아~ 초가 지금 타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 그러니 굳이 비싼 나무 심지 대신 면 심지로 대체해도 아무 지장 없다. 잠깐 언급했지만 심지 길이는 처음에 조금 길게 하여 센 화력으로 초의 표면을 골고루 녹인 후에(그래야 터널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나중에 다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너무 짧게 자르면 불이 잘 안붙어 결국 비싼 왁스를 녹여서 흘려버려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다듬는 방법은 초간단. 초를 태우고 난 후 다시 굳어졌을 때 심지의 까만색 탄 부분을 손가락으로 살짝 뜯어내면 아주 깔끔해진다.
° 컨테이너 : 보기에는 좋지만 저 위의 파란 무늬 들어간 예쁜 컵과 같은 종류는 비추. 입구가 너무 넓어 골고루 타기가 어렵고 보관도 용이하지 않다. 길쭉하게 생긴 불고기 양념 병(기억이 맞다면)이 가장 잘타고 용량도 적당하고 짱임. 뚜껑 역시 버리지 말아야 초를 끄고 덮어서 보관하면 먼지도 안내려앉고 향도 잡아줄 수 있음(나는 모르고 버렸음ㅡㅡ;). 참치캔 완전 비추! 손질하다 두 번이나 베었음. 바로 버림. ㅜㅜ
° 드라이어 : 만들어진 초의 표면이 매끄럽지 않을 때 드라이어로 녹이라는 팁들이 보이던데 완전 비추. 드라이어 바람에 촛농이 날아다닌다. 그보단 심지 주변으로 쿠킹호일을 덮어 골고루 녹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함(실험은 안해봤음).

 

° 망쳤을 경우 : 당황하지 말고 뽀개서 다시 녹이면 됨. 물론 향이 날아가는 것은 감수해야. 그런데 처음 시도해 본 내가 실수 없이 만든 것 보면 누구나 할 수 있을 듯. ㅋㅋ
° 라이터 : 초가 점점 짧아져서 병 아래쪽으로 들어가게 되면 불붙이기가 정말 난감해진다. 물론 주방용 라이터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라면이나 스파게티 면에 불을 붙인 후 집어넣어 켜면 된다. 생일케이크 사면 주는 성냥이 있으면 물론 최고. 다음부턴 꼭 더 달라해서 챙겨와야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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