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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체조수학

영(0)이라는 수

by mathpark 2013. 2. 22.

 

영은 기원전 2세기 중국의 산술이나(점으로 표시) 그보다 훨씬 앞서 마야인들의 문명에서(나선으로 표시)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영은 인도에서 유래한 것이다. 7세기에 페르시아인들은 인도인들의 영을 모방했다. 몇 세기 후에 아라비아인들이 페르시아인들로부터 그 수를 빌려 왔고 그것에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을 붙였다(아라비아 말로 시파는 <비어 있음>을 뜻한다). 유럽에는 13세기가 되어서야 이탈리아의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의 소개로 영의 개념이 도입되었다. 피보나치(필리오 디 보나치를 줄여 부르는 것일 가능성이 많다)는 피사의 레오나르도라고도 불렸는데, 그 별명과는 달리 베네치아의 상인이었다.

 

그는 동시대 사람들에게 영의 개념이 얼마나 유익한지를 설명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영이 기존의 몇몇 개념에 수정을 가한다는 것은 분명했지만, 교회는 영이 너무 많은 개념들을 뒤엎는다고 판단했다. 영이 악마적이라고 생각하는 종교 재판관들마저 있었다. 사실, 어떤 수와 곱하든 그 수를 무(無)로 만들어 버리는 영은 사탄의 수라는 오해를 받을 법도 했다. 그럼에도 교회는 영의 개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훌륭한 회계가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에, 영을 사용하는 아주 <물질주의적인> 이점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영은 당시로서는 완전히 혁명적인 개념이었다. 그 자체로는 아무 것도 아니면서 다른 수에 붙이면 그 수를 열 배로 만들 수 있었다. 영을 덧붙임으로써 계량 단위의 변화를 장황하게 표시하지 않고도 십-백-천-만의 계수를 얻게 되었다.

영은 아무 가치가 없는 수로서, 다른 수의 오른 쪽으로 가져가면 어마어마한 힘을 주고, 왼쪽으로 가져가면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영은 모든 것을 무로 돌릴 수 있는 위대한 수이다. 영이라는 마법의 문이 있기에 우리는 뒤집어진 평행 세계, 즉 음수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상력 사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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