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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5

개 - 김훈 ◆ 마음이 재빠르고 정확해야 남의 눈치를 잘 살필 수가 있다. 남의 얼굴빛과 남의 마음 빛깔을 살필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있어야 한다. 부드러운 마음이 힘센 마음이다. ◆ 사람의 몸 냄새 속에 스며 있는 사랑과 그리움과 평화와 슬픔의 흔적까지도 그날 모두 알게 되었다. 그 냄새는 모두 사랑받기를 목말라하는 냄새였다. ◆ 똥을 먹는다고 해서 똥개가 아니다. 도둑이 던져주는 고기를 먹는 개가 똥개다. ◆ 피할 수 없는 싸움은 끝내 피할 수 없다. ◆ ―땅을 놀리면 벌 받는다. 노는 땅에 쪼이는 햇볕이 아깝지도 않냐? ◆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딜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 "마음이 늙으면 나 자신과 세상이 흐리멍덩하고 뿌옇다. 개념의 구획이 무너진 자리에 작은 자유의 공간이 생겨나.. 2021. 5. 21.
사소한 거짓말 - 박설미 -목차- PART 01_나는 나쁜 가정교사입니다(미라의 편지) PART 02_나는 나쁜 엄마입니다(지원의 답장) PART 03_나는 착한 아들입니다(유재의 사정) PART 04_당신은 나쁜 엄마입니다(미라의 방문) ◆ 예상을 했건 못했건 그건 용서와 별개의 문제라고 봐야 옳아요. 비극을 초래할 걸 몰랐더라도 애초에 거짓말한 것부터가 잘못된 겁니다. 아무리 사소한 거짓말이라도 말이죠. ★★★★☆ '아무렇지 않게 살의를 품는 아이. 만약 우리가 그 아이의 부모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박설미의 소설은 이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타인을 해치고, 동물을 도살하면서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십대 아이, 동물학대범에게 단 몇 푼 정도의 벌금이라는 경미한 처벌을 내리는 법원, 가족 간에 일어나는 불화와 살인.. 2021. 4. 16.
한 스푼의 시간 - 구병모 ◆ 세상은 한 통의 거대한 세탁기이며 사람들은 그 속에서 젖은 면직물 더미처럼 엉켰다 풀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닳아간다. 단지 그뿐인 일이다. ◆ "하겠다와 해보겠다 사이에는 엄청나게 넓은 의미의 바다가 있어요." ◆ 혈연을 비롯한 모든 관계를 한순간에 잘라내는 도구는 예리한 칼날이 아니다. 관계란 물에 적시면 어느 틈에 조직이 풀려 끊어지고 마는 낱장의 휴지에 불과하다. ◆ "선의가 항상 보답으로 돌아오는 건 아니기에 당신은 부당한 곤경에 처했고 이제 비로소 빠져나왔습니다. 그 이상 알아야 할 것이 달리 있습니까." ◆ 사람들은 자신이 영원히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아무리 철저히 갖춰도 언제나 모자라게 마련인 준비를 그나마도 안 한다. 아니 못 한다. ◆ 무언가 묻거나 말하기 시작하면 그에게 관여하.. 2020. 4. 29.
강산무진 - 김훈 ◆ 뻔한 소리였고, 하나마나한 소리였지만, 나는 그때 그의 뻔한 소리의 그 뻔함이 무서웠다. 그리고 그 무서움은 그저 무덤덤했다. - 中 ◆ 고향은 끊어버려야 할 족쇄이거나 헤어나려고 허우적거릴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이었다. 고향에서 보낸 유년의 기억은 몽롱했으나 몽롱할수록 끈끈해서 도려내지지 않았다. - 中 ◆ 왜 함께 살아야 하는지를 대답할 수 없었으므로 왜 헤어져야 하는지를 물을 수가 없었다. 왜? 라는 말이 너무나도 무력해서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보내기가 머뭇거려졌다. - 中 ◆ 아무런 인연도 아니고, 아무런 우연조차 아닌 일이었지만, 다만 하는 수 없는 일이었다. - 中 ◆ 투지는 적개심이다. 적개심은 맹렬하게 집중되어 있어야 한다. - 中 ★★★☆☆ 빠르게 몰입해서 읽어내려 가면서 장편을 그.. 2019. 6. 10.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 "(…) 하긴 시 말고도 인생에는 남에게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몇 가지 있지요." ◆ 우연은 불운의 시작일 때가 많지. ◆ 아무도 읽지 않는 시를 쓰는 마음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마음이 다르지 않다. ◆ 죄책감은 본질적으로 약한 감정이다. 공포나 분노, 질투 같은 게 강한 감정이다. 공포와 분노 속에서는 잠이 안 온다. 죄책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는 웃는다. 인생도 모르는 작자들이 어디서 약을 팔고 있나. ◆ 나는 살아오면서 남에게 험한 욕을 한 일이 없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욕도 안 하니 자꾸 예수 믿느냐고 묻는다. 인간을 틀 몇 개로 재단하면서 평생을 사는 바보들이 있다.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좀 위험하다. 자신들의 그 앙.. 2019.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