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편소설63

파리의 아파트 - 기욤 뮈소 ◆ 그에게 술은 살다보면 생기게 마련인 균열을 메워주고, 삶을 조금은 덜 비극적으로 만들어주는 완충제 역할을 해주었다. ◆ 그는 나이가 들면서 아픈 기억일수록 거리를 두고 간직하는 편이 좋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중이었다. ◆ 남녀 사이에서 작용하는 인력은 항상 상식을 벗어나게 마련이었다. ◆ 인간은 주어진 역량만큼 승리를 거둘 수 있을 뿐이다. ◆ 지옥의 속성은 고통에 있지 않다. 사실 인간의 삶에서 고통이란 개념은 진부하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언제 어디를 가든지 이런 일, 저런 일, 때로는 별 것 아닌 일로 괴로워하게 마련이다. 지옥의 속성은 고통을 마음대로 끝낼 수 없다는 점에 있다. ★★★☆☆ 이제 정말 지겨워질 때가 됐는데 책장은 술술 잘 넘어간다. 2018. 4. 2.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난 내가 못하는 걸 남한테 하라고는 못해. ◆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남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일은 대개 분별력 있고 지식이나 경험이 많은 분이 해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일부러 미숙하고 결점투성이인 젊은이들로 했습니다. 타인의 고민 따위에는 무관심하고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일이라고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그들이 과거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우선 나부터 무척 궁금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고민을 상담하시겠습니까? 나라면 이웃과의 사이를 좋게 하는 방법을 상담하겠습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 ★★★★★ 히가시노 게이고를 단 한 권만 읽을 수 있다 한다면 단연 이 책이다. 2017. 9. 19.
종의 기원 - 정유정 ◆ 결과를 감수한 반복 행위라는 점에서 중독이다. ◆ "행복한 이야기는 대부분 진실이 아니예요." ◆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니?" ...... "그래도 한 번쯤 공평해지는 시점이 올 거라고 믿어요. 그러니까, 그러려고 애쓰면요." ◆ 허둥대고 조바심치며 온갖 짓을 다한 끝에 건져낸 게 이런 개 같은 진실이라니. ◆ 내가 아흔 여덟 살쯤 먹어 죽음을 눈앞에 뒀을 때, 신이 나를 데리러 와서 네 인생 어디쯤에 한번 들렀다 가고 싶으냐고 물으면, 세상이 스르르 사라지던 어젯밤 그 순간으로 가고 싶다고 대답하겠다. ◆ 망각은 궁극의 거짓말이다.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완벽한 거짓이다. ◆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감당할 길이 망각밖에 더 있을까. ◆ 나 자신에 대한 관점을 결정하는 것, 관점에 의거해 다음 .. 2017. 9. 3.
완장 - 윤흥길 ◆ "사랑 되게 좋아허네. 사랑 농사가 원판 흉작이라서 금년에는 농협에서도 사랑 수매를 중단혔다는 소리 못 들었어?" ◆ 완장은 대개 머슴 푼수이거나 기껏 높아봤자 마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완장은 제가 무슨 하늘같은 벼슬이나 딴 줄 알고 살판이 나서 신이야 넋이야 휘젓고다니기 버릇했다. ◆ 일생을 통해서 사람에게 찾아오는 기회는 불과 한두 번밖에 안 된다. 정신 바짝 차리고 있다가 기회의 머리가 보였다 하면 무조건 껴안고 뒹구는 게 상책이지, 만일 어물어물 머리를 놓치고 꼬리를 잡으려 하면 그때는 이미 기회란 놈이 지나가버린 다음이다. 그리고 그 기회는 여간해서 다시 오지 않는 법이다. ◆ 완장이 없을 당시는 그것이 없기 때문에 외로왔었다. 그런데 그것이 생긴 후로는 또 그것이 자기한테 생겼다는 .. 2017. 3. 13.
지금 이 순간 - 기욤 뮈소 ◆ 당신 자신에게 인생의 바퀴는 생각보다 굉장히 빨리 굴러간다는 사실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삶은 가뜩이나 짧기에 굳이 서둘러 끝낼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 "돈에 대해 함부로 예단하면 안 돼. 돈이 없으면 자유를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마음에 담아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자 할 때 항상 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기 마련이지." ◆ 인생이 가하는 타격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해. 참을성 있게 견뎌야 해. 맷집을 키워야 해. 폭풍우나 대홍수가 밀어닥쳐도 살아남아야 해. 대개의 경우 고통을 견뎌내면 저울이 반대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니까. 종종 예기치 않은 행운이 찾아와 우리를 기쁘게 하는 일이 있으니까. ◆ "아일랜드에서는 두 가지 경우에만 위스키를 마신다는 속담이 있어. 목이 마를 때와 목이 마르지 않을.. 2016. 10. 20.
소년이 온다 - 한강 ◆ 시상에, 시체가 저렇게 많은데 무섭지도 않냐. 겁도 많은 자석이. 반쯤 웃으며 너는 말했다. 군인들이 무섭지, 죽은 사람들이 뭐가 무섭다고요. ◆ 얼굴은 어떻게 내면을 숨기는가, 그녀는 생각한다. 어떻게 무감각을, 잔인성을, 살인을 숨기는가. ◆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 묵묵히 쌀알을 씹으며 그녀는 생각했다. 치욕스러운 데가 있다, 먹는다는 것엔. ◆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 2016. 6. 4.
채식주의자 - 한강 ◆ 애초에 열렬히 사랑하지 않았으니 특별히 권태로울 것도 없었다. ◆ 한 사람이 철두철미하게 변하면 다른 한 사람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모든 욕망이 배제된 육체, 그것이 젊은 여자의 아름다운 육체라는 모순, 그 모순에서 배어나오는 기이한 덧없음, 단지 덧없음이 아닌, 힘이 있는 덧없음. ◆ 당신의 선량함, 안정감, 침착함, 살아간다는 게 조금도 부자연스럽지 않아 보이는 태도…… 그런 게 감동을 줘. ◆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 ◆ 용서하고 용서받을 필요조차 없어. 난 당신을 모르니까. ◆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그때.. 2016. 5. 24.
오베라는 남자 - Fredrik Backman ◆ 사람들이 펜으로는 글을 못 쓰고 커피 하나 제대로 내리지 못한다면 대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인가? ◆ '정직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은 '진실'에 대해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다. ◆ 그는 은퇴를 바라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자기들이 잉여가 될 날을 고대하면서 평생을 보낼 수 있지? ◆ 돼지 새끼들이나 덩치와 힘이 맞먹는다고 생각한단다. 꼭 기억해라. ◆ 오베는 목사에게 조만간 있을 일요일 예배 때 자기 자리를 따로 마련해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가 목사에게 설명한 바에 따르면 그건 오베가 신을 믿지 않아서라기보다, 신이 좀 빌어먹을 개자식처럼 느껴져서였다. ◆ 수학에는 정답 아니면 오답만 있었다. 수업 중에 '네 입장을 토론해보자'며 사기를 치려 드는 히피 .. 2016. 5. 22.
그 후에 - 기욤 뮈소 ◆ 옆에서 손을 잡아줄 이 없는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되돌아올 대답이 없다면 늘 침묵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마주볼 얼굴이 없다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 사람들이 신을 믿는지 물어올 경우 그는 당연히 믿는다고 대답했다. 제기랄, 미국 같은 나라에 살면서 다른 대답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대통령조차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는 나라가 아닌가! ◆ 이젠 미래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보다는 '우리는'이라고 말하게 돼. 그 순간, 세상이 완전히 달라져 보이지. ★★★☆☆ 이제 슬슬 지겨워지려고 하기엔 여전히 재미있다. 2015. 9. 18.
구해줘 - 기욤 뮈소 ◆ "난 결혼을 세 번 했고, 그러기에 장담할 수 있지. 자네가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본 경험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갖춘 거라네." ◆ "인간은 유혹을 이겨낼 수가 없어. 그렇기 때문에 유혹을 피해야 하는 거야." ◆ 게임에 졌을 때에도 그는 절대로 실망하거나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실망하지 않는 그 자체가 또 다른 승리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때로는 인간이 아무것도 바꾸어놓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 에 이어 두 번째로 접한 기욤 뮈소의 책. 이미 세 번째 책을 카트에 담고 있다. 2015. 6. 25.
센트럴 파크 - 기욤 뮈소 ◆ 우리의 생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때에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는 순간이 있다. 당신이 지닌 모순, 두려움, 회한, 분노, 머릿속에 들어 있는 복잡한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품어 안아주는 당신의 반쪽을 만나는 순간이 있다. 당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등을 토닥여주고, 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켜주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이 있다. ◆ 선택은 분명해지고, 대답이 질문을 대체하고, 두려움은 사랑에게 자리를 내어 준다. 우리의 생에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 우리는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떨며 꼴 보기 싫은 세상을 갈아엎고, 제멋대로 새 세상을 세운다. ★★★★★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기욤 뮈소에 빠져들지 않았을텐.. 2015. 4. 23.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박완서 ◆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농담을 할 여지만 발견할 수 있으면 이미 그건 극한 상황이 아니다. ◆ 이질감이란 얼마든지 적대감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치사한 일인가. ◆ 자유를 실감할 능력보다는 두려워하는 눈치만 발달해 우리는 한없이 비굴하고 졸렬해져 있었다. ◆ 나는 밥줄의 준엄함, 그 신성불가침에 치를 떨면서 서서히 굴복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엎드러지는 친구도 생겼지만 한때였고 오래 우정을 유지한 친구는 한눈팔거나 딴생각하고 나도 그냥 거기 있는 친구였다. 정말 좋은 친구는 화제가 끊긴 동안이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가장 내밀한 소통의 시간이 되는 친구였다. ◆ 나라야 망했건 말건, 당대의 정권이 정당하건 말건, 장사나 노동은 피하고 어떻게든 관에 붙어먹으려고 염치 불구 츱.. 2015. 4. 9.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 알란은 왜 17세기 사람들은 서로를 죽이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금만 더 진득하게 기다리면 결국 다 죽게 될 텐데 말이다. ◆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욕을 쏟아 내는 여자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본 적이 없었다. 너무나도 짜릿한 여자였다. ◆ 하나의 혁명은 역방향으로의 또 다른 혁명을 낳을 뿐이다. ◆ 그가 빌어먹을 정치에 중독된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요즘 세상에 이렇게 된 사람이 어디 그 하나뿐인가? ◆ 「복수는 좋지 않은 거야. 복수는 정치와도 같은 것이라서, 하나는 다른 하나를 낳고 악은 개악을 낳아 결국 최악에 이르게 되거든.」 ◆ 장갑 한 짝을 잃는다는 것은 언제나 슬픈 일이었다. ◆ 현재가 짜증 나 과거로 돌아갔는데, 과거도 짜증 나는 건 매일.. 2015. 1. 27.
컨설턴트 - 임성순 ◆ 그는 자신의 라이벌에 비해서 충분히 비겁하지도, 냉혹하지도 못했다. 삶은 참 모호한 것이어서 결정적 순간에 한 인간이 지닌 인간적인 장점이 그를 몰락시킨다. ◆ 진정한 구조는 결코 조정되지 않는다. 사라지는 건 늘 그 구조의 구성원들뿐이다. ◆ 놀기 위해 학습을 해야 한다니. ◆ 어떤 이들은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자동차의 최고 시속을 알고 있다. 비단 자동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먹어본 적 없는 와인과 가져본 적 없는 오디오와 소유할 일 없는 보석, 입어볼 수 없는 옷들을 우린 열망한다. 언젠가 그런 것들을 갖게 되리라 상상하면서. ◆ 어느 누구도 너무 많은 것을 안고 살아갈 수는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 때때로 어떤 것은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설사 그것이 소중한 것이리라 예감하더라도. ◆ 공정함.. 2014. 8. 25.
차일드 44(Child 44) - Tom Rob Smith ◆ 그들의 도덕적 나침반은 너무나 오랫동안 쓰지 않아서 통제력을 잃어버렸다. 북쪽이 남쪽이 됐고 동쪽이 서쪽이 됐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면 답이 없었다. 사람들은 스스로 판단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이런 불안한 시기에 취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행동 방침은 가능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 그가 하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인가, 아니면 그냥 살아남기 위한 방편인가? 살아남고자 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간다. 그러나 누추한 집에서 살면서 일에 대한 자부심도 없고 보람도 없이 사는 걸로 충분한 걸까? ◆ 사람에게는 모두 하나씩 살아갈 이유가 있어. ★★★★☆ 재미있다고 친구에게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한 책. 재구매 의향 있음. 2014. 8. 2.
1984 - George Orwell ◆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태연을 가장하여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것은 본능적인 반사 작용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눈에 의해 그 같은 위장 사실이 폭로되는 순간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 무서운 것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죽이는 게 아니다. 그들의 견해가 옳을지도 모른다는 게 무서운 것이다. ◆ "물론 우리 평생에 어떤 것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아. 그러나 여기저기서 일어날 소규모의 저항 운동은 상상할 수 있어. 만약 그 세력이 점점 불어나서 후세에 몇 마디의 기록이라도 남기게 된다면, 우리가 떠난 뒤에라도 다음 세대가 뭔가를 수행할 수 있을거야." ◆ 어차피 결말은 언제나 시작에 포함되어 있게 마련이었다. ◆ 전쟁 행위의 본질은 인간의 생명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인.. 2014. 7. 23.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무라카미 하루키 ◆ 한정된 목적은 인생을 간결하게 한다. ◆ "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 ◆ "실제로 도약해 보지 않으면 실증할 수 없어. 실제로 도약해 버리고 나면 실증할 필요도 없어지고. 중간이 없어. 뛰어오르는가 오르지 않는가, 어느 한쪽이지." ◆ "우리는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무관심한 시대를 살면서도 이렇게 다른 사람에 대한 대량의 정보에 둘러싸여 있어. 마음만 먹으면 그런 정보를 간단히 살펴볼 수 있는 거야. 그러면서도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 사실은 거의 아무것도 몰라." ◆ "이 세상 대부분의 인간은 남에게 명령을 받고 그걸 따르는 일에 특별히 저항감을 갖지 않는다는 거야. 오히려 명령을 받는 데 기쁨마저 느끼지. 물론 불평불.. 2013. 8. 22.
오페라의 유령 - 가스통 르루 ◆ 세상에는 분수를 모르고 허영을 부리는 가수들이 있다. 그들은 천상에서 버림받은 유약한 목소리와 성량으로 악을 쓰기도 하고, 주어진 능력을 초월하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그런 경우, 하늘은 그들을 벌하고자 꾸엑 소리를 내는 두꺼비를 목구멍 안에 몰래 들여놓는 것 같다. ◆ 사실, 표정을 감추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가면인 것이니, 진짜 가면을 쓴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 음악에는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리 이외에, 다른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는 듯, 세상을 일순간에 사라지게 만드는 마력이 있어요! ◆ "뭐라고? 내가 맹세를 지키지 않는다는 건 자네도 잘 알지 않는가? 맹세란 바보들을 끌어들일 때나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 1910년에 집필한 책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긴장감을 늦출.. 2013. 7. 30.
1Q84 - 무라카미 하루키 ◆ 어딘가에 반드시 끝은 있는 법이야. '여기가 끝입니다'라고 일일이 적어놓지 않았을 뿐이지, 사다리의 가장 높은 단에 '여기가 끝입니다. 이보다 위쪽에는 발을 얹지 말아주십시오'라고 적혀 있어? ◆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에는 구원이 있어. 그 사람과 함께하지 못한다 해도. ◆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는 것은 움직일 필요가 없어. 움직이는 건 그 주위의 모든 것이지. ◆ 세상의 대다수 사람들이 진실을 믿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에요. 그런 사람들은 두 눈을 아무리 크고 똑똑하게 뜨고 있어도 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해요. ◆ 인간에게 죽을 때라는 건 아주 중요한 거야. 어떻게 태어날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죽을지는 선택할 수 있어. ◆ .. 2013. 5. 8.
칼의 노래 - 김훈 ◆ 죽여야 할 것들을 다 죽여서, 세상이 스스로 세상일 수 있게 된 연후에 나는 나 자신의 한없는 무기력 속에서 죽고 싶었다. ◆ 사지에서는 살 길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아마도 살 길이다. 살 길과 죽을 길이 다르지 않다. ◆ 내가 적을 죽이면 적은 백성을 죽였고 적이 나를 죽인다면 백성들은 더욱 죽어나갈 것이었는데, 그 백성들의 쌀을 뺏고 빼앗아 적과 내가 나누어 먹고 있었다. 나의 적은 백성의 적이었고, 나는 적의 적이었는데, 백성들의 곡식을 나와 나의 적이 먹고 있었다. ◆ 닥쳐올 싸움은 지나간 모든 싸움과 전혀 다른 낯선 싸움이었다. 싸움은 싸울수록 경험되지 않았고, 지나간 모든 싸움은 닥쳐올 모든 싸움 앞에서 무효였다. ◆ 내어줄 것은 목숨뿐이었으므로 나는 목숨을 내어줄 수는 없었다. .. 2013. 1. 24.
은교 - 박범신 ◆ '아름다운 별'이라는 건 그의 생각이 아니라 세상이 그에게 주입한 생각이었다. 정말 무지한 것은 모르는 것이 아니다. 주입된 생각을 자신의 생각이라고 맹신하는 자야말로 무지하다. "별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누가 자네에게 가르쳐주었는지 모르지만, 별은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추한 것도 아니고, 그냥 별일 뿐이네. 사랑하는 자에게 별은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배고픈 자에게 별은 쌀로 보일 수도 있지 않겠나." ◆ 알고 보면,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말은 사랑이라는 어휘 자체가 형태 없는 무엇을 지칭하는 것이니 그 의미가 애매모호하고 어려우나, "사랑을 본 적도 만진 적도 없어서 나는 그 말을 믿지 못한다"라는 문장은 아무런 추상과 거짓이 없으니 아주 쉬운 말인데, 사람들은 보통 거꾸로 느낀다는 걸 나는 안다. .. 2012. 11. 5.